2026년 17년 만의 육상막료장 방한과 한일 지상전력 협력 분석 및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한일 지상협력 회담 개요
일본 육상자위대의 최고 수장인 아라이 마사요시(荒井正芳) 육상막료장이 대한민국 육군의 공식 초청에 따라 2026년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하였다. 일본 육상막료장이 한국 육군본부의 정식 초청을 받아 방한한 것은 2009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이번 방문은 과거사 및 군사적 마찰로 장기간 단절되었던 양국 지상군 최고 지휘부 간의 소통 채널이 공식적으로 복원되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상징적 계기가 되었다.
이번 일정은 2025년 중반 이후 본격화된 한일 군사 당국 간 고위급 교류 확대의 정점에 위치한다. 2025년 7월 요시다 요시히데(吉田圭秀) 일본 통합막료장이 15년 만에 방한하여 군사협력의 물꼬를 튼 이후, 해상막료장과 항공막료장이 순차적으로 한국을 찾으면서 양국 간 군사 외교가 전방위로 복원되는 궤적을 밟았다. 아라이 막료장의 방한은 해상과 공중 전력에 머물던 양국 간 군사 대화의 외연을 가장 민감한 영역인 지상 전력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군사 외교적 완결성을 부여한다.
방한 기간 중 아라이 육상막료장은 김규하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과 양자 회담 및 공식 만찬을 진행하고, 한국 육군의 주요 전투 부대와 작전 현장을 직접 참관하였다. 양국 육군 수장은 2026년 5월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인도·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LANPAC) 다자회의 계기 회담에서 나눈 기본 구상을 구체화하여,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대한 전략적 평가를 공유하고 양국 육군 간 실질적인 방위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조율하였다. 양측은 엄중해지는 역내 안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부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연합 방위 태세의 간접적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협력 기제를 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
|
구분 |
주요 대상 및 직책 |
교류 시점 |
역사적 간격 |
전략적 합의 및 교류 내용 |
|
통합 지휘부 |
요시다 요시히데 통합막료장 |
2025년 7월 |
15년 만의 방한 |
한일 합참·통막 차원의 포괄적 전략 대화 복원 및 |
|
항공 전력 |
항공막료장 |
2025~2026년 |
순차적 복원 |
방공식별구역(KADIZ·JADIZ) 우발 충돌 방지 및 |
|
해상 전력 |
해상막료장 |
2025~2026년 |
순차적 복원 |
레이더 갈등 봉합 이후 |
|
지상 전력 |
아라이 마사요시 육상막료장 |
2026년 9월1 |
17년 만의 방한 |
지상 작전부대 교류 촉진, 공동훈련 실현 및 |
2. 지상전력 교류 분야별 구체화 양상
양국 육군 지휘부의 합의는 단순한 의전성 친선 도모를 넘어, 군사 교육, 야전부대 상호 방문, 다국적 훈련 참관, 정보 연계 등 실질적이고 다층적인 기능적 협력을 포괄하고 있다.
상호 군사 교육 및 인적 교류 네트워크 재건
지상군 간 인적 연계는 2023년 말 도쿄 육상막료감부에서 개최된 제15차 한일 육군회의를 기점으로 복원 논의가 시작되어 초급 장교와 사관생도 수준까지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양국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와 일본 방위대학교 간의 학술 세미나 재개 및 생도 상호 방문을 정례화하고, 장교후보생 교류 사업을 재가동함으로써 미래 야전 지휘관들의 상호 교리 이해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 중 일본 대표단이 한국 육군의 전방 및 첨단 기계화 부대를 직접 시찰한 것은 일선 부대 수준에서 작전 개념과 장비 운용 방식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초 단계로 해석된다.
다국적 훈련 참관과 공동훈련의 단계적 모색
과거 한일 육군은 양자 간 직접 연합훈련에 대해 극도의 정치적 부담을 느끼며 검토 대상에서 배제해 왔으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부대 간 교류 촉진과 공동훈련 실현이 핵심 정책 과제로 공식 거론되었다. 단기적으로 양국은 미국 육군이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 지상 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나 미국 본토의 대규모 전투훈련센터(NTC/JRTC) 기동훈련에 동시 참가하여 상호 훈련을 참관하는 다자적 우회 방식을 우선 채택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전투·인도적 영역에 속하는 화생방(CBRN) 방호 훈련, 해외 재난구호(HADR), UN 평화유지활동(PKO) 파병 부대 간의 전술 교류를 목표로 시나리오 기반의 지휘소연습(CPX) 및 야외기동훈련(FTX)을 점진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작전 정보 교환과 군수 지원의 비대칭적 현실
정보 공유 분야에서는 이미 제도화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계를 지상군 차원으로 적극 연계하고 있다.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초대형 방사포(KN-25) 전개, 전방 기계화 군단의 재배치 등 지상 발사 플랫폼에 대한 전술 징후 정보를 신속히 교환함으로써 감시·조기경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반면 군수 지원 영역에서는 제도적 격차가 뚜렷하다. 일본 정부는 작전 효율성과 보급 신속성을 명분으로 군용 물자와 수송 편의를 교환할 수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방부는 주권 문제와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여 현 단계에서 ACSA 체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 남수단 한빛부대가 긴급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로부터 소총 실탄 1만 발을 지원받았다가 극심한 정치적 공방에 휩싸였던 사례는 제도화되지 않은 군수 교류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지상군 간 군수 협력은 제도적 자동 지원이 배제된 채 다국적 PKO나 인도적 재난 상황에 한정된 임시 편의 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외 안보 지형 변화와 지정학적 추동 기제
17년 만에 지상군 수뇌부 회담이 성사되고 협력 확대로 이어진 배경에는 동북아시아 역내 안보 질서의 구조적 불안정과 미국의 역내 억지력 재편이라는 전략적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는 지상 전력 간의 협조를 강제하는 직접적 요인이다. 북한이 전술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와 정밀 타격 체계를 실전 배치하고 유사시 전술핵 선제 사용 교리를 채택함에 따라, 한반도 종심뿐 아니라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및 주일미군 기지가 단일 전구화(Single Theater)되는 안보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는 해상 요격망이나 공중 요격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발사 원점에 대한 정밀 감시 정보 공유와 피해 복구, 화생방 방호 등 지상 전력 고유의 작전 연속성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역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전략적 불확실성 역시 한일 양자 협력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인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규모 조정이나 기간 단축 등으로 인해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 공약에 대한 우려가 양국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미군의 억지력 저하 가능성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개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 안보 구상에서 탈피하여, 미국의 양대 조약 동맹국 간 양자 군사 협력을 독자적으로 강화해 안보 공백을 메우려는 실용적 현실주의를 택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소다자(Minilateral) 격자형 안보 아키텍처는 양국 지상군 협력의 외교적 레버리지로 기능하고 있다. 2024년 공식 가동되어 2026년 9월 제4차 훈련을 시행한 한미일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는 해상 미사일 방어, 대잠전, 공중전, 사이버 방어를 아우르며 상호운용성을 체계화했다. 이러한 다영역 통합 기조 아래 해양과 공중에서 완성된 3국 협력의 마지막 퍼즐로서 지상군(Army) 간의 기능적 연계 압박이 양국 지휘부에 지속적으로 투사된 결과가 이번 합의로 이어진 것이다.
해상·공중 중심에서 지상 영역으로의 전략적 전이
한일 군사 협력이 해양과 공중을 넘어 지상 영역으로 확장되는 현상은 양국 군사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전략적 전환이다.
해상 및 공중 전력 간의 협력은 주로 영토 밖의 공해나 국제공역을 무대로 전개되기 때문에 주권 충돌이나 과거사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초계기 감시, 탄도미사일 궤적 추적, 원거리 조난 구조 등은 고도의 기술적 상호운용성에 기반하며, 물리적 주둔을 수반하지 않는 분리된 공간에서 실행된다.
반면 지상 전력은 영토의 실효적 지배와 방어를 담당하는 물리적 주체이자, 한일 근현대사에서 구 일본 육군의 한반도 강점이라는 침략의 역사적 기억과 직접 맞닿아 있는 가장 민감한 군사 조직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육상자위대의 활동이나 교류는 단순한 안보 사안을 넘어 영토 주권과 직결된 고도의 감정적 저항선을 형성해 왔다.
|
비교 항목 |
해상·공중 전력 협력 |
지상 전력 협력 |
|
작전 공간 및 물리적 성격 |
공해, 국제공역 등 |
영토, 기지 내부, 내륙 훈련장 등 |
|
주요 임무 및 전략 기능 |
탄도미사일 요격, 대잠초계, |
영역 방어, 도시 지역 작전, 침투 저지, |
|
역사적·정치적 민감도 |
충돌 회피 위주의 |
극도로 높음 |
|
협력 및 훈련 형태 |
프리덤 에지, 미사일 경보훈련, |
지휘부 교류, 장교후보생 교환, |
|
체계적 제도화 기반 |
GSOMIA 기반 |
제한적 전술정보 교류 및 |
이러한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육상막료장의 방한과 지상 교류 확대 합의가 도출된 것은 한일 군사 교류가 상징적 차원을 넘어 전 군종을 포괄하는 실질적 신뢰구축조치(CBM)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비록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이나 대규모 양자 지상 연합훈련 단계는 아니더라도, 양국 지상군이 전술 교리와 무기체계 운용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것은 유사시 주일미군 후방기지를 통한 군수 조달 및 전력 증원 과정에서 한일 지상군 간 작전 연계의 기초 토대를 마련하는 전략적 파급력을 가진다.
국내외 정치·사회적 제약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쟁점
군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상전력 협력의 급속한 심화는 양국 내부의 정치 지형과 역사적 인식 차이로 인해 상당한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한국 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군사 협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완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사죄와 법적 책임 인정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상군 간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일본의 평화헌법 무력화와 보통국가화 및 군사대국화 행보에 명분을 제공한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자위대의 한반도 재진출 빌미 제공"이라는 비판은 지상군 교류를 군사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한미일 3자 협력의 필요성에는 찬성 의견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한일 간 양자 군사동맹이나 자위대와의 직접적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일본 국내 역시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둘러싼 헌법적·제도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정부는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 보유를 명시하고 육상자위대의 편제를 규슈와 오키나와 등 서남 도서 방어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으나, 헌법 제9조의 제약으로 인해 전면적인 해외 군사작전 및 다자간 지상 전투훈련 참여는 여전히 야당과 호헌파의 견제를 받고 있다. 또한 일본 안보 관료층 내부에서는 한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대일 정책 기조가 급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경계하며, 핵심 전술 정보나 군사 교리의 심층적 공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제약이 가장 첨예하게 응축된 현안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이다. 일본 측은 재난 구호, 연합훈련, PKO 활동 시 보급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ACSA 체결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군사 정보만을 취급하는 GSOMIA와 달리 물자, 연료, 탄약, 정비 지원을 포괄하는 ACSA는 체결 즉시 사실상 군사동맹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특히 군수 지원을 명분으로 자위대 함정과 항공기, 나아가 군수 요원의 대한민국 영토 내 기지 출입 및 정비가 허용될 수 있다는 주권적 우려는 한국 사회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한계선이다. 따라서 지상군 지휘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군수 지원망의 통합은 배제된 상태로 남아 있다.
3. 전략적 시사점 및 지속 가능한 협력의 과제
17년 만의 육상막료장 방한은 한일 지상군 간 대화의 단절을 극복하고 다영역 안보 공조의 결손 고리를 메웠다는 점에서 외교안보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양국의 지상전력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실효적 기제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과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상 전력 간의 교류는 단계적이고 투명한 로드맵에 입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영토 내 직접 기동훈련과 같은 급진적 방식 대신,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호(HADR), 대테러 훈련, 해외 PKO 파병지에서의 비전투 협력 등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저강도 분야에서부터 실질적 상호운용성을 검증해 나가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훈련의 내용과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내적 오해와 불필요한 안보 논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적 소통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 존중 원칙을 안보 협력의 확고한 대전제로 재확인해야 한다. 유사시 한반도 영역 내 자위대의 진입이나 지원 활동은 대한민국의 명시적 요청과 사전 동의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이 한일 양자 및 한미일 3자 협의체에서 명확히 천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주권적 가이드라인이 명문화될 때 비로소 국내적 역사적 불신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군사 교류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정보 공유의 전술적 심화와 군수 협정의 분리 대응이라는 이원화된 정책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 GSOMIA 체계를 활용하여 북한의 지상군 전력 재배치와 탄도미사일 이동 발사대(TEL) 기동 징후를 추적하는 전술 정보 교환은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되, 국내 정치적 파급력이 막대한 ACSA 체결은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는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
한일 지상전력 교류 확대 합의는 전통적 군사동맹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역내 안보 불확실성과 북핵 위협의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이고 기능적인 안보 파트너십의 형성을 의미한다. 안보 현실이 요구하는 억제력의 강화와 역사적 책임에 기초한 국민적 신뢰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것만이 향후 지상전력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안이다.